마크롱의 의회 해산, 불장난일까 묘책일까?

2024. 6. 13. 11:29세상에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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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총선에서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한 이후, 최근 유럽의회 선거에서도 참패한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은 정치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마크롱 대통령이 던진 승부수는 '의회 해산'입니다.

이는 프랑스 대통령이 야당의 약진으로 국정 주도권을 잃었을 때 행사할 수 있는 권한입니다.

이번 의회 해산은 프랑스 제5공화국 역사상 여섯 번째입니다.

의회 해산의 역사와 결과

프랑스의 의회 해산 역사에서 샤를 드골 대통령은 1962년과 1968년에,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은 1981년과 1988년에 각각 두 차례씩 의회를 해산했으며, 결과는 집권 여당의 승리였습니다.

하지만 1996년 자크 시라크 대통령 때는 경제 상황 악화 가능성을 이유로 의회를 해산하고 조기 총선을 실시했지만, 좌파가 다수 의석을 획득하면서 우파 대통령과 좌파 총리의 동거가 시작되었습니다.

마크롱 대통령의 의회 해산은 시라크 대통령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현재의 정치 상황과 여론 조사 결과는 마크롱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습니다.

'쪽박' 혹은 '역전'의 가능성

현지 언론들은 마크롱 대통령의 이번 행보를 두고 "불장난하다가 국가 원수가 스스로 불에 타서 나라 전체를 끌어내릴 수 있다", "위험한 도박" 등으로 평가하며, 집권 여당 내부에서도 이번 결정이 강경우파 '국민연합(RN)'에게 엄청난 선물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조기 총선의 결과는 두 가지 시나리오로 나뉩니다.

상승세를 탄 RN이 총선에서도 승리해 마크롱 대통령이 정치적 생명에 치명타를 입을 가능성과, 범여권이 2022년 총선보다 더 나은 성적을 내며 국정 동력을 회복하는 '역전' 시나리오가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후자의 가능성은 낮아 보입니다.

강경우파 RN의 상승세

RN은 최근 몇 년 동안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2022년 총선에서 89석을 획득하며 제3당으로 부상한 RN은, 2022년 대선에서도 마크롱과의 격차를 크게 줄였습니다.

최근 유럽의회 선거에서도 RN은 집권 여당보다 2배 높은 득표율을 기록하며, 프랑스 대부분 지역에서 1위를 차지했습니다.

마크롱 대통령의 셈법과 중도 결집의 호소

마크롱 대통령은 이번 의회 해산 발표가 즉흥적이 아닌 사전에 충분히 논의된 결과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중도층 결집에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마크롱 대통령은 대국민 기자회견에서 "사회 민주주의자, 급진주의자, 환경주의자, 기독교 민주주의자, 드골주의자 등 극단주의에 공감하지 않는 시민과 정치 지도자가 결집해야 한다"고 호소했습니다.

마크롱 대통령은 또한 강경 우파 세력 확장으로 인한 '위기론'을 강조하며, 3년 뒤 있을 대선을 언급하며 중도층이 힘을 모아 RN의 세를 꺾어줄 것을 주문했습니다.

결선 투표의 중요성

프랑스 총선은 1차 투표에서 과반 정당이 나오지 않으면 결선투표를 가는 만큼, 결선 투표가 중요합니다.

중도 표심을 노리는 집권 여당과 강경우파 정당이 최종 결선에 진출할 경우, 강경우파를 견제하려는 강경좌파 지지자들의 표를 얻어올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2022년 대선 당시 마크롱과 르펜이 맞붙은 결선 투표에서 기권표가 속출했던 만큼, 기대만큼의 '견제표'가 나오지 않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또한 양극단의 진영이 합종연횡을 본격화하는 만큼, 결선 투표가 양극단의 대결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프랑스 총선 1차 투표는 오는 30일, 결선 투표는 7월 7일 치러집니다.

마크롱 대통령의 정치적 운명이 결정될 중요한 시점입니다. 의회 해산이 마크롱 대통령에게 불장난이 될지, 아니면 묘책이 될지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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